에반게리온 파.. 두 번째 관람인데도 이 떨림은 오히려 더 증폭이 되누나 영화

원래 이러한 류의 감상문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다..가 제 글쓰기 원칙입니다만 '에반게리온 파'에 한해서는 도저히 그것이 힘들겠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작품을 본편의 내용언급 없이 감상문을 쓸 깜냥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 하였기 때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감상문의 목적은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분들에게 이 작품은 어떠한 면이 좋고 나쁘더라는 일종의 평가를 제공하는 목적이 주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 '에반게리온 파'는 아마도 작품을 봐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시는 분은 극소수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에반게리온이란 애니에 관심없으신 분은 이번 파도 전혀 관심없으실 것이고 반면에 전편인 서를 재밌게 보신 분은 아마도 반드시 볼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니 두 부류의 관객들 모두 굳이 이 작품의 자세한 평가를 궁금해 하실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개봉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아마 대부분 보셨을 것이라 사려되기고 하고 말이죠.

그러므로 아직까지 에반게리온 파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 뿐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계신 귀하가 에반게리온을 싫어하시든 좋아하시든 에반게리온에 대한 어떠한 '애증'이 있으신 분이라면 반드시 보시라는 당부의 말씀입니다. 특히나 저처럼 10대때 에반게리온을 접하고 그 충격의 결말에 10년 가까이 어떠한 마음의 상처로 시달리신 분들이라면 무언가에 구원받은 듯한 느낌을 가지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아마 마지막 상영이라 생각되는 CGV영등포의 스타리움 관에서 에반게리온 파를 두 번째 보고 왔습니다. 두 번째 보는 건데도 작품이 끝나고 난 뒤의 전율이 쉬이 사그러들지 않네요. 전율.. 이 마음의 떨림은 '여운'어쩌고 하는 가녀린 단어로는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스타리움관의 명성답게 예고편이 다 끝나고 박수갈채가 있었지만 정말 한껏 몰입해 있던 터라 감각이 현실로 돌아오는데 시간차가 있어서 그 박수행렬에 동참할 수는 없었습니다. 후회가 남는군요.

정말 이렇게 만족스러운 시간은 간만이군요. 상영관의 전체가 에반게리온이라는 공통분모 하에 일치단결하여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모습.. 스텝롤이 흐르는 순간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글자가 흐르는 스크린을 조용히 응시하는 관객들의 모습이나 극이 끝났는데도 상영관의 불을 켜지 않는 CGV측의 배려가 묘하게 무서운 듯한 느낌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성별도 나이도 모두 다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이랄까요. 뭔가 다른 의미의 인류보완계획 같기도 하군요.

가능하면 2회 관람으로 마치려고 했는데 극장을 나서는 순간 또 뭔가 허한 느낌이 들더군요. 과거 요 몇 개월간 이렇게 밀도있는 시간을 살았던 적이 있던가..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케케묵은 격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역시 이런건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즐기는 것이 더 흥이 나는 법이지요. 아무래도 막내릴 즈음에 한 번 더 보게될 것 같습니다. 이같은 축제는 이제 2년후에야 있을테니까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것이 있다면 역시 클라이막스에서의 초호기의.. 신지의 각성이겠죠. 살다살다 설마 이카리 신지에게 이렇게 호쾌한 감정을 느끼게되는 날이 올줄은 동인지 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아스카 가슴보며 딸딸이나 치던 자식이.. 이런 모습을 저는 그 망할 놈의 양산형 흰둥이 자식들에게 터뜨려주기를 요 10년간 간절히 꿈꾸고 있었거든요. 극의 전개를 보아하니 양산형 에바가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기존의 찌질한 신지가 어떻게 이렇게 극적인 변신을 할 수 있는가 조금 의아하고 급작스러운 감이 없는건 아닙니다만 아마도 평소에 신지가 레이에게 품고 있던 감정에 그 전의 전투에서 자신의 무력함때문에 아스카를 해치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후회와 분노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그렇게 눈을 뜰 수가 있었겠지요. 에바3호기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어가 닿지 않는 초호기..라는 비슷한 상황이기도 했고요.

많은 분들이 그 에바3호기 때의 난데없는 동요삽입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모양입니다만 이런 류의 연출을 좋아하는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같은 장면을 TV때와는 조금 다른 감각으로 보는 맛도 좋지 아니하던가요? 그리고 저는 그 동요가 마치 어린이들 특유의 순수하면서도 가끔씩 표출되는 잔인한 모습을을 암시하는 것 같아 흥미로왔습니다. 더미플러그의 그 무의미한 잔인함은 어린이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요? 아무 거리낌없이 산채로 잠자리의 날개를 잡아 뜯는다거나 깔깔대면서 개구리를 돌로 터뜨려 죽인다거나...

베스트 지못미는 역시 아스카... 과정은 다르지만 어째서 이렇게 TV판에서나 이번 파에서나 망가지는 역할 뿐인가요. 극 내내 묘한 색기를 풀풀 풍기면서 이 작품의 12세관람가를 무색케하는 수많은 연출 중 하나의 역할을 맡다가 그 장면 이후에는 등장조차 없다니.. 예고에서 그 캡틴 아스카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내내 꿍했을 거라구요.

그 밖에 자잘한 감상포인트로 스즈하라의 여동생이 완치된 모습이라든가 폭발의 순간 히카리를 감싸는 스즈하라의 모습이 또한 훈훈했네요. 이것은 마치 TV판을 보면서 여러 사람들이 아쉬워했을 부분들을 일부러 어떻게든 보여주려는 것 같아 제작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에반게리온은 에반게리온이니 역시나 끝까지 방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까지의 문맥으로 봐서는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좋으련만.. 안노 히데아키라는 사내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상당히 괴짜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역시 앞으로 2년간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렇게 강한 존재감으로 팬들의 마음에 자리잡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니...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아야나미오.. 카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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