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올리긴 너무 길어서 블로그에 싸지른)<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잡담 겸 감상 영화

  치과 진료까지 캔슬하고 저 용산CGV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보러 갔다. ..어느덧 용산CGV는 내게 있어서 오덕전용 극장으로 인식되어 버린 듯. 아아.. 에바에 이어 스즈미야 하루히까지 정식으로 극장에서 볼 날이 올 줄이야... 옛날에 비해선 정말 덕질하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신세계가 열렸구나!

  약 3시간 가까이 하는 러닝타임이었는데 그렇게 긴지는 모르겟더라. 중간에 오줌이 마려워지긴 했지만. 내용이야 소설을 봤기 때문에 별 새로운 볼거리는 없었지만 내용의 키포인트 부분에서 많은 다른 관객들과 공감하며 웃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특히 쿈의 그 "존 스미스!"하는 부분이 최고). 인간의 공감능력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아, 극장에 모인 오덕들의 레벨이 어떤진 몰라도 별 사소한 장면에도 박장대소를 하는 몇몇 개체들 때문에 살짝 기분나쁠 뻔 했다. 우리같은 오덕들이 욕을 안 먹으려면 좀 더 자신의 애브노멀함을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실은 자타가 공인하듯 대놓고 나가토 빠를 양산하는 작품이다. 굳이 안경끼고 얼굴을 붉히는 나가토가 모에해서가 아니라.. 휴머노이드 인터페이스 어쩌고 하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일종의 소외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마는 약한 모습에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발동이 걸리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솜씨가 미천하여 뭔가 매끄럽게 설명을 못하겠군. 뭐, 본인이야 하루히의 츤츤거리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지만.

  소실편을 기점으로 쿈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깊숙히 사건에 관여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왓슨이 아닌 당당한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왓슨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되는 편인 것이다(여전히 홈즈 역은 하루히지만). 일상적인 현실이 아니라 비일상적인 현실을 자신의 손으로 선택함으로 인해서. 소설 쪽이 더 이상 연재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도다.

  내용중에 카와시마 아미 아사쿠라 료코가 왜이리 색기가 쩔게 느껴지던지.. 특히 특제 요리를 들고 나가토 집에 와서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갖은 아양을 떠는 모습에서는 팜므파탈의 치명적 유혹이 느껴질 정도였다. 깍지 낀 손을 턱아래에 받히는 동작이 왜이리 섹시하게 보이던지 말야. 우와아아~! 아사쿠라 료코를 살려내!!

  ...소레 무리!

  끝판에 반전 비슷하게 컴뱃 나이프를 들고 설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흠칫하고야 말았지.. 일상적인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일상적인 캐릭터 아닌가? 역시 어떤 상황에서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저 컴뱃 나이프는 아사쿠라 료코의 레종 데트르로구만. 아, 내가 잘못 본 건진 몰라도 칼로 찌른 부분을 거무스름 하게 모자이크 비슷하게 처리한 건 조금 불만스러웠어..

  아, 코요엔 버전의 하루히는 이상하게 작화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 첫등장에서 긴머리를 시작으로 아래서부터 위로 카메라 앵글을 올리면서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서는 속으로 "끝판왕 등장!!" 외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 혼났다니까. 역시 여자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인 머릿결의 엘라스틱 생머리에서 나오는가... 하여간 너무 출연이 짧은 것 같아 아쉬웠다. 대신 다른 세계 다른 버전의 SOS단이 우여곡절 끝에 부실에 다시 모이는 장면이 굉장히 극적이라 전편을 통틀어 가장 감동스런 장면이었다. 쿈이 그냥 이쪽 세계를 선택해도 나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잠깐, 그럼 쿈이 선택하지 않은 이 일상적인 현실은 그대로 없던 일로 되는거냐? 아니 작가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하다 못해 평행우주론으로 해줘...

  하지만 다 좋은데 이 망할, 온극장을 뒤져봐도 팜플렛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어... 굳이 2번씩이나 볼 작품은 아니라 생각하기에 또 보러가기도 그렇고 만약 다시 간다 하더라도 팜플렛이 있을지 없을진 장담 못 하잖아.. 지금 상영중인 영화 팜플렛 둘 공간도 없을텐데 말야. 에바 서랑 파 때도 팜플렛은 꼭 챙겻는데... 으윽.. 이 쓰잘데기 없는 패배감은 대체 뭐야...


(젖)소의 해여 잘 가거라! 잡담

20대에 접어든 이후로 해마다 연말만 되면 뭔가 아쉽고 또 한 살 더 먹는다는 우울함에 젖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만 이번 2009년의 경우는 또 다른 우울함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바로 기축년 '소의 해'가 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한 해 동안 pixiv나 기타 국내외 여러 이미지보드 등지에서 얼마나 많은 cow girl들의 이미지들이 범람을 했었던지... 보는 사람이나 그리는 사람이나 아주 자신에 충실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뭐래).

앞으로 또 소의 해가 돌아오려면... 12년인가요. 그 때는 아저씨를 넘어 중년꼰대가 되어 있겠군요. 그 나이가 되도록 지금처럼 정신 못 차리고 저런 그림에나 헐떡대는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거시기 하겠지요. 왠지 한층 더 슬퍼지네요.

내년은.. 경인년 호랑이 해군요. 여러 능력자 분들의 모에화 능력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보아야 하겠습니다. 허나...
부족해.. 뭔가 부족하다고!!

마지막으로 아쉬운 마음을 담아....

깨닫는게 너무 늦어! 일기는 일기장에

그 동안 여러 유명 블로그들을 돌면서 느낀 건데 나에게는 이들만큼 어딘가에 열중하고 있는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하나 이종격투기를 좋아하나 wwe를 좋아하나. 그렇다고 음악이나 문학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나마 좋아한다는 만화책도 누구에게 자랑할 만큼 많이 읽은 것도 아니어서.... 그렇다고 게임을 남들보다 특출나게 좋아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으다..

자신이 좋아하는 레슬러의 죽음을 두고 슬퍼할 줄 아는 그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면 분노하고 이기면 기뻐할 줄 아는 그들. 그들과 나의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대체 그들이 그렇게 열광할 어떠한 종목들을 발굴하고 즐기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한 걸까. 그저 야겜 야동에나 헐떡이고 모에 cg나 긁어대면서 하루하루 그저 똥만드는 기계일 뿐인 모냥으로 인생을 허비한걸까? 기타guitar도 하다가 말고 그림도 하다가 말고 프로그래밍도 어중간한 수준... 근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고 통감한다


ps. 아무리 개인 블로그지만 일기만 툭 싸지르고 마는 것도 웹의 흐름을 타고 여기 당도하게 되실 여러 분들께 실례가 되는 건 아닌가 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벽지나 투고해볼까 합니다. 저작권이 초큼 신경쓰이긴 하지만..... 뭐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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